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서 느껴지는 그 특유의 여백, 감정의 결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섬세한 문장들. 그런 감성을 좋아한다. 에세이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다. '여행 드롭'은 작가가 여행이라는 행위를 통해 어떻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어떤 감정의 물결을 느꼈는지를 담담히 써 내려간 책이다. 그래서 제목도 '여행 드롭'. 말하자면 여행의 조각들, 기억의 방울들을 하나씩 톡톡 떨어뜨려 놓은 느낌인 건가. 그녀는 여행을 크게 말하지 않는다. 거창한 장면이나 극적인 사건은 없다. 에쿠니 가오리답게 문장은 매우 간결하고, 또 조용하다. 과장된 표현도 없고, 무언가를 극적으로 포장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방 안에 혼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장면, 길을 걷다가 무심코 들른 카페의 커피 맛, 타국의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