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0년대 초 에 연재했던 짧은 에세이들을 모은 책으로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유머를 담고 있다. 하루키 특유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 그리고 안자이 미즈마루의 단순하면서도 기발한 삽화가 어우러져 읽는 내내 유쾌하고 즐겁다. 소설에서 보여주는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에세이집에서는 허술하고 소탈한 엉뚱한 ‘아저씨’ 하루키가 내내 등장하여 본인의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재미와 의미들을 조곤조곤 늘어놓고는 아니면 말고 하듯이 대화를 청한다. 전철표를 잃어버리는 자신의 숙명을 이야기하고, 밸런타인데이에 무말랭이를 먹어야 하는 딱한 본인의 처지를 그저 운명이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유머와 자기 객관화가 느껴진다. 여행, 음악, 고양이, 부부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