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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추천] 밸렌타인데이의 무말랭이 / 무라카미 하루키 / 일본에세이

38henn 2025. 6. 2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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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0년대 초 <일간 아르바이트 뉴스>에 연재했던 짧은 에세이들을 모은 책으로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유머를 담고 있다. 하루키 특유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 그리고 안자이 미즈마루의 단순하면서도 기발한 삽화가 어우러져 읽는 내내 유쾌하고 즐겁다. 소설에서 보여주는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에세이집에서는 허술하고 소탈한 엉뚱한 ‘아저씨’ 하루키가 내내 등장하여 본인의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재미와 의미들을 조곤조곤 늘어놓고는 아니면 말고 하듯이 대화를 청한다. 전철표를 잃어버리는 자신의 숙명을 이야기하고, 밸런타인데이에 무말랭이를 먹어야 하는 딱한 본인의 처지를 그저 운명이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유머와 자기 객관화가 느껴진다. 여행, 음악, 고양이, 부부 생활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지만, 그 밑바탕에는 세상과 타인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넓은 관용과 여유가 깔려 있다. 어떤 일이든 ‘이것도 나름 재미있다’고 받아들이는 그의 태도가 일상을 가볍게 바라보는 법을 가르쳐준다. 평범한 일상도 유쾌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가볍지만 오래 남는 책이다. 

 

 

 

 

 

 

 

 

 

 

*** 식당카의 그 '일시적인 제도' 중 유난스레 내 마음을 끄는 것은 아침부터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에 있는 레스토랑이라고 아침부터 맥주를 마실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주문하기도 좀 쑥스럽고 애당초 마시고 싶은 기분도 잘 나지 않는다. 그에 비해 식당칸에서는 오전 열시쯤부터 모두들 맥주를 마시니까, 덩달아 나도 마시고 싶어져 주문한다. 그렇게 해도 전혀 거부감이 없다. ***

 

 

 

 

 

 

 

 

 

 

*** 그걸 먹으면서 문득 생각났는데, 2월 14일 오늘은 밸런타인데이다. 밸런타인데이란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다. 그런 날 저녁에 나는 어째서 제 손으로 만든 된장국을 훌훌 마시고, 제가 만든 무말랭이 조림을 먹어야 한단 말인가? 이런 생각이 들자 내 인생이 한심스러워졌다. 이거야 인기 없는 명랑만화의 주인공과 다름없지 않은가? 초콜릿을 주는 여자라곤 아무도 없다. 마누라조차 시큰둥하게 "밸런타인데이? 흠, 그래" 하면서, 내가 만든 무말랭이 조림을 묵묵히 먹고 있다. ***

 

 

 

 

 

 

 

 

 

 

*** 요즘 세상에 '돈도 없지만 취직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은 대체 어떤 길을 걷고 있을까? 과거에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던 만큼, 요즘의 폐쇄된 사회 상황이 무척 염려스럽다. 빠져나갈 길이 많으면 많을수록 살기 좋은 사회라고 나는 생각한다. ***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에세이로 구성된 시리즈다. 1980년대 중후반에 걸쳐 각종 지면에 연재된 두 콤비의 대표작들을 모은 것으로, 유머러스하고 경쾌한 에세이와 심플하고도 손맛이 살아 있는 삽화의 조화를 만나볼 수 있다.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는 일 년 구 개월에 걸쳐 ‘일간 아르바이트 뉴스’에 연재했던 90여 편의 칼럼을 엮은 것이다. 사라지는 전철표, 돌고 도는 더플코트 유행, 메밀국숫집의 맥주와 심플한 날두부의 훌륭함까지 학창시절부터 작가가 된 이후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2.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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